대한병원협회 윤동섭 회장이 수가협상을 ‘제로섬 게임’이라고 표현하며 수가협상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본 병원들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적정수가 보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지표에 입원전담전문의 배치 기준이 신설된 것과 관련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며 속도조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회장은 지난 19일 오후 병협회관에서 개최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회무 추진 방향과 병원계 주요 현안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윤 회장은 2023년도 수가협상과 관련해 "병원계는 한정된 추가재정소요분(밴딩)을 통한 제로섬 게임의 악순환 속에서 최저 인상률이라는 상대적 불이익을 매년 당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통해 건강을 되찾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으려면 적정수가가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의원과 상급종합병원 수가 역전 현상이라는 초유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병원계는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며 “코로나19 극복과 일상회복, 병원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재정 지원이 절실하다. 전국 병원들에 조금이라도 도움 될 수 있는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밤을 샌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도 협상테이블에서 밴드를 늘리고 의료 질 상향평준화를 위해 재정을 확충해 달라”며 “병원계에 상대적 불이익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를 신중히 검토하고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다.
병협 수가협상단장을 맡은 송재찬 상근부회장도 “병원계가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정부는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에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송 부회장은 코로나19 손실보상 지급과 진료비 증가는 수가협상과 관계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병원계가 새로운 감염병 등장이나 재유행 대비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공단과 가입자단체를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합당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병협 유인상 보험위원장 역시 “코로나19 손실보상으로 진료비가 늘어난 부분은 배제하고 수가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진료비 증가는) 불가항력적인 외부환경에 의해서 발생한 일이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투입한 자원과 인력, 시설, 장비 등에 대한 보존이라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유 위원장은 “지난해 1조원 밴딩에서 최소 2,000억~3,000억원은 더 늘려야 한다”며 “밴딩 규모를 정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2년 동안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에 이번에는 결렬이 안 되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상급종병 지정 당락 지을 입원전담의 수…“이론-현실 차이 커”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지표로 신설된 입원전담전문의 배치 기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효과와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 회장은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자체는 좋고 꼭 필요한 제도다. 그러나 제도의 이론과 현장은 다르다”며 “많은 임금을 지급하더라도 서울 대형병원을 제외하고 입원전담전문의를 채용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지방 대학병원은 더 힘든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윤 회장은 특히 “입원전담전문의의 근무조건은 젊은 임상조교수들의 사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교수들이 당직을 서며 진료와 수술도 하고 있는데 급여는 입원전담전문의 보다 훨씬 못 미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며 “병원들로서는 이 부분을 조율하는 게 쉽지 않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