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전담전문의제도가 본사업 전환 후 운영기관, 운영 병동, 입원전담전문의 증가 등 표면적인 지표는 좋아졌지만 상급종합병원 중심 제도 운영이 심화되는 등 제도 지속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세브란스병원 정윤빈 외과 입원전담전문의는 지난 28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외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입원전담전문의제도 본사업 1년과 향후과제’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정 전문의는 입원전담전문의제도가 2021년 1월 본사업으로 전환되면서 ▲운영 기관은 45개소에서 48개소로 ▲운영병동은 90개소에서 147개소로 ▲입원전담전문의 수는 249명에서 276명으로 모두 소폭 증가했다며 기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확산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했다.
하지만 정 전문의는 입원전담전문의 규모 확대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제도 방향성에 의문을 갖게 된다고 지적하며 상급종합병원 비율 확대를 꼽았다.
정 전문의에 따르면 입원전담전문의 운영기관 중 상급종합병원 비율은 시범사업 당시 56%였지만 본사업에서 63%로 늘었으며, 같은 기간 종합병원 비율은 44%에서 37%로 줄었다.
운영병동 수 역시 같은 기간 상급종합병원은 68%에서 75%로 늘었고 종합병원은 32%에서 25%로 줄어드는 변화를 보였다.
입원전담전문의도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렸는데, 시범사업 당시 전체 입원전담전문의 중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는 비율은 67%였지만 본사업에서는 77%로 10%p 늘었다.
특히 정 전문의는 시범사업과 본사업에서 병동당 전문의 수를 주목했는데 시범사업 당시 병동당 전문의 수는 2.77명이었지만 본사업에서는 1.88명으로 줄었다.
이에 대해 정 전문의는 “병동당 전문의 수를 살펴보면 시범사업에 비해 본사업에서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입원전담전문의를 분산해 운영 병동을 늘리는 대신 배치시간 수준을 줄이는 소위 ‘쪼개기’ 운영이 본사업 진행 후 더욱 심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정 전문의는 이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획일화 된 수가체계를 꼽았다.
현 수가구조는 입원전담전문의 근무형태와 근무인원에 기반해 구분되는데, 50병상으로 이뤄진 병동을 기준으로 입원전담전문의 1인당 약 25명의 환자를 진료해야 이익이 발생하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정 전문의는 의료 현장에서 입원전담전문의의 필요성은 기관 규모나 환자 중증도에 따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전문의는 “예를 들어 중증환자로 구성된 15병상 병동과 경증환자로 구성된 25병상 병동 모두 입원전담전문의를 필요로 하지만 중증도를 고려하지 않고 근무형태만 고려한 수가구조 하에서는 모든 의료기관이 최대 환자 수를 진료하는 형태를 추구하게 된다”며 “결국 진료환자의 중증도를 낮추도록 유도해 본 제도 취지를 희석시키고 확산의 장애요인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전문의는 “이는 소규모 의료기관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으며 실제로 어느 정도 손실을 감수할 수 있는 상급종합병원급의 기관 운영 비율이 증가하고 종합병원의 운영 비율이 감소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전문의는 “유연한 수가구조는 현장에서의 방만한 운영을 부채질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환자에게 입원전담전문의가 다가갈 수 있도록 독려하는 장치”라며 “지난 2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신생아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수가 구조가 구간별로 세분화 돼 입원전담전문의제도가 참고할 수 있는 모델이 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정 전문의는 “입원전담전문의제도 본 사업 전환 전 우려했던 내용이 모두 현실이 돼 돌아왔다. 새로운 직종의 불안정성이 극복되기도 전에 제도적 결함으로 미래 의료환경을 위한 중요한 제도 정착이 좌초돼서는 안된다”며 “현 시점에서 입원전담전문의제를 재평가하고 현장에 맞는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