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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5. 메디칼타임즈] 밤마다 문제 생기는 환자를 위한 의사

  • 작성자

    정윤빈
  • 작성일자

    2022-09-15 20:55
  • 조회수

    66

 

김지홍 세브란스병원 외과 진료교수(입원전담전문의) 

 

김지홍 교수.

 

[메디칼타임즈=김지홍 교수] 끝이 보이지 않았던 코로나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고, 병원의 진료시스템도 원상복귀 되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병동 면회 금지는 유지되고 있지만, 병원 입구를 수놓았던 발열체크 및 방문기록 제출 대기 줄이 없어진 것만 해도 얼마 전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이다.

병동 역시 코로나로 인해 많은 변화가 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가장 대표적으로 병동의 중증환자 비율의 상승을 들 수 있겠다.

코로나 중증환자들을 위한 중환자실 병상 확보 명목 하에, 중증환자 중 경미한 중등도를 가진 환자는 중환자실이 아닌 병동에서의 치료가 필요시 되었고. 이로 인해 기존에 비해 병동내의 중증환자 비율이 더 높아졌다.

이처럼 병동의 중증도는 갈수록 올라가면서, 병동에서의 입원전담전문의는 대체불가능한 존재가 되어 가고 있다. 또한 중환자실 자리 확보를 위해 중환자실에서 병동으로 이동하는 순환 역시 이전에 비해서는 빨라지고 있고, 이로 인해서 중증환자들의 재원기간 또한 예전에 비해서는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위와 같은 긍정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일반 병동 환자의 중증도가 올라가면서 생기는 문제점 또한 여실히 존재한다.

바로 입원전담전문의가 상주하지 않는 시간에 생기는 진료 질 하락 문제이다.

3형 모델(24시간 운영)을 행하는 병동의 경우에는 24시간 입원전담전문의가 상주하기 때문에 시간에 따른 진료의 질 하락 문제가 잘 관찰되지 않는다.

하지만 1형 모델(주중 주간 운영)과 2형 모델(주 7일 주간 운영) 같은 경우,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는 시간인 야간에 그 문제가 여실히 드러나게 된다.

전문의와 전공의의 진료의 질 차이는 당연할 수밖에 없지만, 본과의 경우 외과 3년제와 전공의 80시간 제도의 도입으로 인해서 전공의 개개인의 역량과 당직 시간에 근무하는 당직 전공의 숫자가 예전에 비해서는 감소될 수밖에 없기에 이 차이는 더 커져만 가는 상황이다.

거기에 코로나 이후 일반 병동의 중증환자 빈도가 더 늘어만 나고 있어, 경험도와 진료의 숙련도로 인한 의료 질 차이는 당연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1990년대부터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도입하여 현재 입원전담전문의 수가 6만 여명에 달하는 미국에서 역시 위와 같은 문제를 맞이했었다.

전공의들의 야간 업무의 가중으로 인해 전공의 당직 의료행위 및 전공의 교육 측면에서 한계점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2000년도 초반에 시행된 미국의 연구들에 의하면 주중에 비해 주말, 그리고 주간에 비해 야간에 환자의 사망률이 증가하였다.

또한 야간이나 주말에 생기는 심정지 환자의 경우 주간이나 주중의 심정지 환자보다 생존율이 더 감소한다는 결과를 보였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미국에서는 2000년도 후반에 밤에만 상주하는 입원전담전문의인 'nocturnist' 개념이 도입되었다. nocturnist는 야간의 환자 진료 뿐만 아니라 전공의들의 교육 및 지도를 담당하였고, 이들의 존재는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왔다.

이 nocturnist의 필요성은 갈수록 증가하여 병원들의 이들에 대한 요구는 높아졌다. 2011년 한 의료기관에서는 이 제도의 도입 후 주간과 야간 입원환자들을 비교했을 때, 합병증 및 사망률 등에 있어서 예후에 차이가 없다는 결과도 발표하였다.

2017년도 미국 내과학회에서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야간의 환자들에게 안전한 진료를 행할 수 있도록 적절한 지도를 받고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 nocturnist가 도입되지 않은 환경의 전공의들 보다 nocturnist가 도입된 환경의 전공의들의 긍정적인 답변율이 더 높았다.

또한 2021년도에 동일기관에서 시행한 전공의 설문조사에서도 nocturnist들이 존재할 때가 전공의들이 야간 업무 수행에 대한 부담이 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는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현재 전공의들의 급격한 부족사태를 겪고 있는 소아청소년과에서 일부 병원들이 야간 당직의사 개념으로 고용하고 있으나, 이들의 수는 소수에 불과하며 하나의 직업군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1형 모델의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2,3형 모델의 비율이 감소하는 현 상황에서 야간 및 주말 진료 공백을 메우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현 시스템 내에서 아무런 제도적인 보완 없이 이 문제의 해결은 힘들다.

병원의 입장에서도 수익적인 측면에서나 '보다 많은' 환자에게 입원전담전문의의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는 측면에서나 1형 모델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1형 모델의 증가의 이유가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의 하나인 입원전담전문의 배치 충족을 위해서 1명으로도 사업이 가능한 1형 모델의 도입이라면 이 또한 제도적 보완 없이 위에 언급한 문제의 해결이 쉽지 않다는 점을 방증하는 셈이다.

현 수가 제도를 보면 1,2,3형 모델의 소요 재정 총액은 모두 동일하다. 다시 말하면 1형 모델이 운영적인 측면에 있어서 2,3형 모델보다 이득을 가지는 현 상황에서 동일한 조건으로는 2,3형 모델로 유도는 쉽지 않다.

2, 3형의 유도가 힘든 현 상황에서 야간 진료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도입한 야간 입원전담전문의인 nocturnist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별도의 보상 체계가 없이는 이미 수요에 비해 충당되지 않는 입원전담전문의처럼 nocturnist의 공급 또한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환자에게 진정한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진료의 연속성 또한 매우 중요하다. 야간 공백은 있으나 주말 공백은 없는 2형 모델이나 24시간 근무로 전문의의 진료공백이 전혀 없는 3형 모델의 감소와 동시에 관찰되는 1형 모델의 증가는 진정한 양질의 진료의 확대라고는 보기 힘들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병동환자의 중증도가 예전에 비해서 높아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2, 3형 모델의 정착은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2, 3형 모델로의 유도가 필수적이며, 이는 현 입원전담전문의 수가 제도의 개선 없이는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로 nocturnist 제도처럼 보다 의료 일선에서 도움이 되는 제도의 운영을 위해서는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효율적이고 유연한 운영은 필수적이다.

유연하게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수가제도가 기본이 되어야 진정한 환자를 위한 양과 질의 진료가 가능할 것이다. 

 

출처 : https://www.medicaltimes.com/Main/News/NewsView.html?ID=1149093&ref=naverp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