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전담전문의가 제도화되면서 양적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서울 지역 대형병원 위주 확대였다. 하지만 사업 취지인 의료의 질적 향상은 미흡해 수가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11월 30일 연세의대 외과학교실 정윤빈·이강영 교수 연구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HIRA RESEARCH'에 게재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현황 분석 연구에 담겼다.
3월 기준 전국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운영 기관은 전국 56개소다. 입원전담전문의 303명이 162개 병동에서 일하고 있다. 본 사업 전환 후 11개 의료기관이 새로 참여했고 전문의 54명이 추가 채용됐다. 입원전담전문의가 배치된 병동도 72개 증가했다.
입원전담전문의 운영 형태는 주 5일 동안 2명이 주간 근무하는 1형이 78%를 차지했다. 주 7일간 3명이 주간 근무하는 2형 비중은 약 17%였다. 전문의 4명 또는 5명 이상이 병동을 24시간 전담하는 3형은 전체 약 5% 수준이었다.
입원전담전문의는 내과 전문의가 전체 36.3%인 11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외과 전문의가 59명으로 그 뒤를 이었으며 가정의학과 47명, 소아청소년과 44명 순이었다.
서울 대형병원 편중…전체 전문의 늘었는데 병동당 전문의는 줄어
본 사업 전환 후 입원전담전문의 운영 현황을 보면 상급종합병원 참여 수준이 제도 전체를 이끄는 양상이었다. 입원전담전문의 역시 '서울 편중 현상'이 나타났다.
신규 참여 의료기관 11곳 중 한 곳을 제외한 나머지 10개 기관 모두 상급종합병원이었다. 서울과 그 외 지역 운영기관과 병동 수는 비슷했지만 전문의는 서울에 집중됐다. 또 상급종합병원 입원전담전문의는 38%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종합병원은 12% 감소했다.
병동당 입원전담전문의는 시범사업 기간인 2020년 5월 기준 평균 2.77명에서 본 사업 후 1.87명으로 떨어졌다. 상급종합병원은 2.05명으로 전체 평균을 웃돌았지만 종합병원은 1.45명에 불과했다. 지역적으로 서울은 평균 2.25명이었으나 그 외 지역은 1.49명으로 종별, 지역별 격차가 컸다.
연구팀은 "전체 입원전담전문의는 늘었는데 병동당 전문의 수가 감소했다"면서 "의료기관들이 의료질 향상보다 운영 병동을 확대해 의료인력 공백을 해소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형 중심 양적 성장 이뤘지만 수요 큰 2·3형은 자리 못 잡아
서울 상급종합병원과 1형 중심 확산세는 입원전담전문의 관리료 청구 현황에도 드러났다.
2021년 3분기 기준 입원전담전문의 관리료 총 사용량은 1형 23만989건, 2형 5만1,828건, 3형 2만3,724건이었다.
본 사업 전환 직전인 2020년 4분기와 비교했을 때 1형 관리료 총 사용량은 10만8,843건에서 23만989건으로 뛰며 112% 증가했다. 반면 2형 관리료는 같은 기간 8만4, 647건에서 5만1,828건으로 오히려 39% 감소했다. 3형 관리료는 2만3,419건에서 2만3,724건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1형 관리료를 종별로 구분했을 때 상급종합병원은 6만4,403건에서 17만9,390건으로 179% 증가했다. 종합병원 총 사용량은 4만4,440건에서 5만1,599건으로 16%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역별로 봤을 때도 서울 1형 관리료는 196% 증가한 반면 그 외 지역 증가율은 66%에 머물렀다. 서울 지역 1형 관리료 총 사용량은 11만3,483건으로 서울 외 지역 총 사용량(11만7,506건)에 육박했다.
2형 관리료는 상급종합병원이 같은 기간 7만6,419건에서 4만5,524건으로 40% 감소했다. 종합병원 총 사용량 감소율은 23%였다. 지역별로 서울이 21%, 서울 외 지역은 68% 감소해 지역별 격차가 심화되는 양상이었다.
이에 비해 3형 관리료 변화는 적었다. 상급종합병원이 13% 증가했지만 종합병원은 17%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4% 소폭 증가한 반면 그 외 지역은 9% 감소했다.
연구팀은 "2형과 3형 총 청구건수가 본 사업 전환 직후 급격하게 감소한 뒤로 시범사업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2형과 3형에 수요는 높지만 입원전담전문의 채용이 어렵고 수가와 제도 한계가 맞물려 운영 동력이 저하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도입 후 평균 재원일수는 전체적으로 감소했지만 세부 지표를 들여다보면 "의료질 향상이라는 목적에 부합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1형 평균 재원일수는 2018년 1분기 7.5일에서 2021년 3분기 6.9일로 0.6일 감소했다. 상급종합병원(0.5일), 종합병원(1.1일), 서울(1.2일), 서울 외 지역(0.1일)로 모든 분야에서 평균 재원일수 감소세를 보였다.
반대로 2형 평균 재원일수는 증가 추세였다. 같은 기간 평균 재원일수는 6.2일에서 7.7일로 1.5일 늘었다. 상급종합병원(1.5일), 종합병원(2.5일), 서울(0.9일), 서울 외 지역(1.8일) 모두 증가했다.
3형은 같은 기간 평균 재원일수가 0.4일 감소했지만 상급종합병원과 서울 지역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수가 다양화하고 지역 가산 도입해 제도 허점 바로잡아야
질적 향상이 양적 확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로 허술한 수가 구조가 지목됐다.
연구팀은 진료유형별 단일 수가 구조로 고정되면서 사업 의미가 퇴색되고 유연한 적용이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근무형태 외에 병동 중증도를 고려하지 않아 의료기관들이 환자를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는 경증 위주 진료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료유형별로 수가 구간을 세분화해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진료유형별로 수가 수준에 차등을 더 둬야 한다고 했다. 유형 간 수가 차이가 크지 않으면서 2, 3형 대신 1형 쏠림 현상이 일어났다는 지적이다. 유형별 최대 환자 수를 진료하면 1형 유형 수익이 2형보다 많은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연구팀은 "현장 필요에 맞춰 제도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어야 제도 확산도 빠르게 진행된다. 다만 환자 안전이라는 제도 취지에 부합하려면 1형보다는 2, 3형 유형 확대와 정착을 목표로 수가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 편중 현상을 완화하고 서울 외 지역 전문의 확보를 위해 지역 수가 가산 도입도 권했다. 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과 평가 기준에 입원전담전문의 배치가 포함될 예정이므로 제도적 보완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연구팀은 "환자 주관적 만족도 조사에서 비수도권 환자 만족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효과가 비수도권에서 더 크다고 볼 수 있다"면서 "지역 간 의료격차 감소와 의료인력 불균형 완화 차원에서 가산 수가 도입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