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보와 만난 나영호 소아청소년과학회장(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은 “정부 주도로 소아청소년과 살리기 대책을 고민한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사실 작금의 상황을 풀어내기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기피과로 각인돼 수년째 전공의들이 선택하지 않은 과가 된 지 오래고 저출산 현상이 가속화된 사회적 요인이 합쳐져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아청소년과는 필수의료의 핵심으로 지켜내야만 하는 영역에 있다. 그 책임감을 어깨에 맨 그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무엇일지 고민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나 회장은 “한계가 존재하기에 우선순위를 설정해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사의 문제가 달린 응급실과 입원병동에서 근무하는 소아응급전담전문의, 입원전담전문의 확충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다행히 그가 근무 중인 경희대병원에서는 소아 응급전담전문의를 확보해 대응하고 있지만, 대다수 병원의 경우는 인건비 대비 마이너스가 나는 상황이라 해당 분야 인력을 충원하는 등 적극적 대처가 어려운 실정이다.
입원전담전문의는 수술이나 외래를 보지 않고 입원환자만 관리하는 의사다. 미국의 경우는 활성화된 상황이지만 국내에선 그 숫자가 워낙 적다. 통상 국내에선 이 역할을 전공의들이 담당해왔다.
특히 올해 소아청소년과 충원률이 25%대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입원전담전문의 확보는 필수적 상황이 됐다.
나 회장은 “현실적으로 소아청소년과 영역에서 전담전문의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일단 시범사업을 통해 시급한 문제를 푸는 방법을 모색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여기엔 인력 모집과 관련 정부 지원책을 포함해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진료행위를 할 때 제공되는 수가 가산 등을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전담전문의 역할이 강조되고 임상현장에서 입지가 구축되면 중장기적으로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전공의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진로에 하나의 선택지가 더 추가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 인구구조 감안 전공의 축소 불가피… 합리적 방안 고심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정원대로 들어온다면 매년 약 200명이 확보돼야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피과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전국 수련병원의 30%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없다.
결국 전공의 정원을 줄여 충원율을 올리고 또 매년 새로 진입하는 전공의가 안정적 비전을 그릴 수 있도록 하는 견고한 셈법이 필요해졌다.
나 회장은 “기피과의 오명, 낮은 출산률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해 전공의 정원을 축소하는 방향에 대해 학회 차원에서 깊은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다만, 그는 “한번 줄어든 전공의 정원은 다시 올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인구구조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된 소아청소년과의 미래는 추후 어떻게 바뀔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 회장은 “소아청소년과의 드리운 그늘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어 두려운 것은 사실이나 사회 전반적으로 ‘살리기’ 대책이 나오고 있는 만큼 학회 차원에서 가장 합리적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